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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사나 토목공사 비중이 높은 업체는 위기 모면 기간이 짧은 반면 주택관련 사업 비중이 높은 회사는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실제로 2009년부터 워크아웃(기회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건설사 가운데 주택사업 비중이 적은 경남기업은 조기 졸업했고, 동양건설산업·임광토건 등도 회생계획인가를 결정받아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토목 비중 높은 업체 '조기 졸업' 청신호
임광토건은 지난 22일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넉달만에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을 인가받아 법정관리 졸업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건설업 면허 1호 회사인 임광토건은 도로·항만·지하철 등 공공 토목공사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성돼 있다. 하지만 공공 토목공사 수주가 줄어들자 주택사업 비중을 늘린 것이 회사 발목을 잡았다.
동양건설산업도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기업회생계획안에 대한 인가를 받았다. 법정관리 개시 7개월 만이다.
이 회사 역시 주택사업보다는 토목·건축·SOC(사회간접자본)가 주력 분야였다. 하지만 지난해 삼부토건과 함께 시작한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상환문제로 법정관리에 들어갔었다.
지난해 4월 워크아웃 2년만에 졸업한 경남기업도 마찬가지다.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조기 졸업한 비결은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에 있었다. 이 회사는 매출 비중에서 토목과 건축이 각각 30%, 플랜트 15% 등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같은 포트폴리오는 워크아웃 기간에도 공공부문 수주에 주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정낙민 경남기업 부장은 “워크아웃 중에도 공공부문 수주에 주력해 매출 비중을 꾸준히 늘렸고 국내와 해외 매출 비중도 7대 3 정도를 유지해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주택사업 비중 높은 곳 "시장 침체에 죽을 맛"
하지만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업체들은 아직까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부도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 대부분이 주택사업 비중이 큰 업체들이기도 하다.
특히 현재 국내 부동산 경기가 2009년 당시보다 더 나빠진 상황이어서 이들이 위기를 벗어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에는 채권단이나 법원의 관리를 받아야 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아파트 브랜드 ‘아이원’으로 유명한 풍림산업의 경우 지난해 7월 워크아웃 기간을 2년 연장했다. 우림건설은 워크아웃 기간에도 수주 활동에 적극적이었지만 시장 회복이 늦어져 아직까지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월드메르디앙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월드건설의 경우 2009년 워크아웃에서 현재는 법정관리로 전환했지만 정상화 시기는 미지수다. 그나마 주택전문건설업체 가운데서는 현진에버빌 아파트 브랜드로 알려진 현진이 지난해 11월 말 법정관리를 졸업해 구겨진 체면을 그나마 회복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 한 이들 주택전문 건설사들의 정상화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인 시장 여건이 뒷받침해줘야 하지만, 현재로선 상황이 불투명해 일부를 제외하고는 조기졸업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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