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경상수지 악화와 물가 상승 압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유국들은 외화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환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특히 환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까지 몰리면서 감독 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27일 국제금융센터와 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제 유가(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 기준)는 120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보다 18% 이상 급등한 수치다.
고유가 현상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더불어 글로벌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유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파급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유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경상수지 악화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표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인 중국은 지난 2월 무역수지 적자가 314억8000만 달러에 달해 199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본도 1월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인 4373억 엔으로 집계됐다.
모건스탠리는 유가가 배럴당 10 달러 상승할 경우 한국과 대만, 태국 등 신흥국들의 무역수지가 최대 0.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 상승은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인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유가가 배럴당 150 달러에 도달할 경우 한국의 물가는 0.7%포인트 높아지고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등은 3%포인트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유국들도 고유가 장기화가 달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
유가가 오르면서 무역수지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외화 유입이 급격히 늘면서 환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지난 2월 노르웨이 크로네화는 4.9%, 러시아 루블화 바스켓은 2.7% 절상됐다.
이들 국가는 환율 유연성이 높아 강력한 통화 절상 압력에 노출돼 있다.
여기에 투기 자금까지 몰려들어 환율 불안정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유가 상승이 통화 강세로 이어지는 패턴에 주목한 투기 수요가 환차익을 노리고 해당 국가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이란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유가가 예상 범위를 상회할 정도로 급등할 경우 한국 등 원유 수입국의 환율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급 충격에 의한 유가 상승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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