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진오 기자= "애플의 아성은 오래 못갈 것이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ETRI)은 지난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와 만나 "애플의 운영체계(OS)는 폐쇄적인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활황이 오래 못갈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5년 뒤면 오픈 얼라이언스 플랫폼 체계인 안드로이드 진영에 결국 무릎을 꿇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앞서 기업들간의 경쟁사례를 봐도 개방전략을 취한 업체가 대부분 승리했다"며 "애플 매킨토시와 IBM 간 PC 전쟁에서 IBM은 설계도를 공개하는 전략을 써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결국 개방노선이 시장에 주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삼성과 애플이 모바일 기기를 놓고 잇단 특허소송을 벌이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드로이드 계열인 삼성이 애플에 결국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으로도 풀이된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지원 연구개발(R&D) 과제의 성공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우수 연구인력들에게는 확실히 보상하고, 그렇지 않으면 분명하게 페널티를 먹일 수 있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 가운데 하나로 해당 연구원이 다큐먼트(문서)로 모든 연구 진행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기록 문서를 통해 연구원의 작업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평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현대중공업은 30여년간 '적자생존', 즉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경영철학으로 조선부문 세계 1위에 올라섰다"며 "같은 맥락에서 ETRI도 연구원들의 연구노트 첫째장에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새겨놓고 있다"고 전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지원 R&D 과제의 성공률은 98%에 달할 만큼 비정상적으로 높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제 신청자가 애초부터 손쉬운 과제를 내놓고, 지원기관 역시 성과를 위해 성공 확률이 높은 과제 위주로 선정해 왔다는 논란이 일어 왔다.
ETRI의 인력이 비대하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 김 원장은 "유사기관인 대만의 ITRI는 하드웨어 연구인력만 우리(ETRI) 전체 규모인 2000여명에 달하고, 소프트웨어 연구기관에 2000여명을 별도로 두고 있을 정도"라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인력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열정 강하고 능력있는 연구원들에게는 걸맞은 인센티브를 주고, 그렇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면서 "연구원에서 나보다 더 많은 고연봉자가 어림잡아 400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인류는 태동 이후에 계속해서 문제에 봉착해 왔지만 그때마다 누군가 해법을 제시해 왔다"면서 "미국 연구원이든 일본 연구원이든 누군가는 반드시 해내겠지만 그런 신기술을 당신이 먼저 찾으면 된다고 후배 연구원들을 독려한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로의 귀속 논란과 관련, 김 원장은 "차기 정부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ETRI가 계속 (지식경제부에) 남느냐, 방통위로 가느냐의 향배가 달려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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