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도시계획정책자문단은 25일 오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강 지구별 가이드라인 방향’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강 주변 10곳의 전략ㆍ유도정비구역 가운데 여의도, 잠실, 압구정, 반포, 이촌(서빙고) 지구에 대해 건물의 최고층수를 35층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지역 특성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각 지구의 단지 중심부는 최고층수를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공공 공간인 한강 수변부는 15층 이하의 중저층으로, 한강연접부와 간선도로변은 중층으로 관리한다.
반포지구의 관악산·현충원 주변, 이촌지구의 남산·용산공원 주변은 경관 관리를 위해 15층 이하의 중저층으로 제한한다. 단 여의도지구의 상업지 인접지역과 잠실지구 잠실역 주변에 들어서는 복합건물에는 50층이 적용된다.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 최고 층수가 35층 이하로 제한된 지역은 재건축·재개발이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층수가 낮아지면 한강 특수가 사라져 가격이 떨어지고 기존 주민들의 재건축 분담금이 늘어나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잠실주공 5단지는 당초 70층에서 50층으로 낮춘 계획안을 35층으로 더 내리면 사업성 악화로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박용구 잠실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 사무장은 “층수도 층수지만 잠실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땅의 용도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특별건축지역으로 지정해 일부는 주거에서 상업으로 용도를 변경하면 인근 상업·관광지역과 조화를 이루고 주민들의 분담금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강변 초고층 아파트는 나만 독점적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강세를 보였는데 층수가 제한되면 개발이익이 떨어져 재건축 자체가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팀장은 “한강 특수가 사라지게 되면 압구정, 이촌, 성수 등 인근 지역 아파트값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병근 건국대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시내 전반의 주거지 높이를 35층 이내로 관리하고 경관은 ‘V자형’으로 해 시야를 확보하겠다”며 “수변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한강변 관리 문제점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청회에서는 계획 변경에 대한 주민들의 지적도 잇따라 터져 나왔다.
최봉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위원장은 “시장이 바뀌면 정책이 달라지고, 달라진 정책이 그 지역에 사는 주민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염려된다”며 “주민과의 충분한 합의를 거쳐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산다는 한 주민은 “공공성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면 사업 자체가 무산 될 것”이라며 “사업성, 수익성 등 주민에게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다면 기부채납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이번 결정으로 압구정동 등 한강변 집값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재건축이 살아야 시장 전반이 살아나는데 한강변 재건축이 위축되면 시장 전반이 살아나는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는 상반기 중 도시계획위원회에서 현안사업 가이드라인을 결정, 심의기준에 반영하고 이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한강변 관리방향’을 연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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