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대변인 전성시대'…새 정부도 이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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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0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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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정부 박춘섭·지경부 권평오·농식품부 임정빈·공정위 김준범 등 '능력 인정'<br/>"관료 DNA, 대변인 출신들 약진 두드러질 것"

<사진 왼쪽부터 박춘섭 기획재정부 대변인, 권평오 지식경제부 대변인, 임정빈 농림수산식품부 대변인, 김준범 공정거래위원회 대변인>
아주경제 김진오·배군득·이규하·김선국 기자= 정부 경제부처 대변인(공보관)들의 전성시대가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질까. MB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서 '승진코스'로 통하는 관문으로 수혜를 누렸던 경제부처 대변인들의 행보가 정권교체 이후 순항을 계속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기획재정부 대변인직을 수행하고 있는 박춘섭 국장을 두고 새 정부 출범 후 예산실장이나 세제실장 등 재정부의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국가 예산·세제정책을 총괄하는 예산실장과 세제실장은 재정부 내에서 핵심 요직 중 하나다. 예산실장은 재정부의 '꽃'으로 불리며 세제실장을 맡은 인물은 역임한 후 그 공과에 따라 대부분 '신분상승'을 이뤄내는 영예를 누려왔다.

박 국장은 2005년 기획예산처 행정예산과장을 시작으로 재정부 예산총괄과장, 국무총리실 재정금융정책관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특히 장수 대변인이 거의 없는 재정부에서 1년 이상 무난하게 공보 업무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새 정부에서도 중용될 것이라는 것이 안팎의 관측이다.

과거 선배들의 면면을 보면 더욱 화려하다. 재정부 초대 대변인을 지낸 김규옥 기조실장을 비롯해 박철규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미국 뉴욕총영사관 주재관과 미래기획위원회 단장을 거친 윤여권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 박문규 예산총괄심의관, 홍남기 정책조정국장도 모두 재정부의 '입' 출신들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식경제부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승진=대변인'이라는 등식이 하나의 공식처럼 어느 부처보다도 강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먼저 격의 없는 소통행정으로 관가 안팎에서 계속 화제가 됐던 홍석우 장관이 대변인 출신이다. 홍 장관은 중소기업청장과 코트라 사장을 거쳐 장관까지 오르면서 대변인 출신 후배들에게 기를 불어 넣어줬다. 민간으로 치면 홍보실장을 거쳐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셈이다.

그는 대변인 출신 장관답게 서글서글하고 유연한 리더십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으며 정부현안을 무난히 소화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현재 지경부 차관 유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정재훈 산업경제실장과 정만기 기획조정실장, 김학도 신산업정책국장, 김준동 산업경제국장 등이 막강한 대변인 출신 라인업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낸 오영교 전 행자부 장관과 조환익 한전 사장, 산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이 모두 대변인을 역임하면서 화려한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권평오 현 지경부 대변인도 실장(1급) 승진 가능성이 관가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고참 국장인 권평오 대변인은 소탈한 성격으로 선·후배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으며 대언론 업무를 매끄럽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역진흥과장과 자원개발총괄팀장을 거쳐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을 역임하면서 에너지, 자원, 무역, 통상 분야를 두루 거친 폭넓은 실무경험도 장점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임정빈 농림수산식품부 대변인도 차기 정부서 주무부서로 영전할 것이라는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임 대변인은 농식품부 역대 대변인 가운데 대언론창구 역할을 가장 잘한 것으로 손꼽힐 만큼 신망이 높다. 그는 농어촌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등 농식품부의 요직 가운데 하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김현수 식품정책국장과 정황근 농업정책국장, 정승 전 농림부 차관이 대변인 출신으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타 부처와는 달리 대변인이 수시로 교체되면서 대변인 출신의 계보를 얘기하기가 애매하다. 이는 간부들이 언론 정책을 경험해야 한다는 김동수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지만 견책성 교체라는 일각의 지적도 존재한다.

때문에 연초 소비자정책국장에서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 김준범 국장도 새 정부 조각 이후 기업협력국이나 카르텔조사국 등 공정위의 핵심 국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김 국장은 경제민주화의 발판이 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 정책의 디딤돌을 놓았던 주인공으로 평가 받는다.

지철호 상임위원도 대변인 출신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물이다. 1987년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실에서 근무하며 업무를 시작해 20여년간 공정거래분야에서 넓은 경제적 안목과 전문성을 쌓아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병배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도 대변인 출신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새 정부서도 관료 DNA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대변인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장관과 부처의 뜻을 대변하는 고된 일을 하면서 체득하는 상황판단과 분석 능력, 특정 국의 업무에서 벗어나 부처 전체업무를 바라보게 되는 시각 등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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