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세법개정안] 소득 3450만원 초과 근로자 434만명 세 부담 증가

연간 16만~865만원 올라…월급쟁이 4명 중 1명 꼴<br/>종교인·고소득 농민 첫 과세…자녀 증여한도 5천만원으로 상향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내년부터 연간 근로소득 3450만원을 넘는 근로자 434만명의 세금부담이 늘어난다. 전체 근로자의 28%가 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정부는 8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3년 세법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상위 28%에 해당되는 434만명의 근로자는 내년 소득분 세부담 증가액이 평균 16만~865만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급쟁이 4명 중 1명이 여기에 해당된다.

바뀐 소득세 규정을 적용하면 연봉 4000만원 초과~7000만원 구간 근로소득자는 평균 16만원, 7000만원 초과~8000만원은 33만원, 8000만 초과~9000만원은 98만원, 9000만원 초과~1억원은 113만원, 3억원 초과는 865만원의 세금이 증가한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2011년 귀속분을 분석한 결과 전체 근로자 중 28%의 세부담이 늘고 면세자 가운데 170만명이 과세 범위에 들어온다"며 "가구원 수, 공제범위 등에 따라 부담이 더 크거나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소득세 과표구간을 새로 정하면서 1조3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확보한 세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인 자녀장려금(CTC)과 근로장려금(EITC) 지급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전체적인 세법개정안의 큰 틀은 그동안 박 대통령이 제시한 '증세 없는 재원 확보'를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세대상 범위도 확대했다. 세금을 내지 않던 종교인과 10억원 이상 고소득 농어민도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처음 과세대상에 포함됐다.

또 부모가 자녀에게 세금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는 한도는 10년간 3000만원(미성년자 1500만원)에서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으로 20년 만에 증액된다.

정부는 향후 5년간의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과 관련해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 마련으로 조세부담률을 지난해 20.2%에서 2017년 21%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재원은 증세보다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과세기반 확대를 우선 추진하되, 추가 재원이 필요하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세입 확충 폭과 방법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성형수술은 치료 목적을 제외하고 모두 과세범위에 들어가 수술비용이 부가가치세(10%)만큼 오른다. 기업·고용 지원 측면에서는 창업 및 가업 승계 부담 완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 1인당 100만원 세액공제 등 중소기업 세제지원이 대폭 늘어난다.

반면 대기업에 주어졌던 각종 투자세액 공제율은 현행 7~10%에서 3%로 줄여 중견·중소기업보다 축소범위를 늘리고, 연구개발 관련 혜택을 축소·폐지하는 등 대기업 관련 세제지원은 줄였다.

한편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2조4900억원의 세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서 2조9700억원 증가(기타 1400억원 제외)한 것에서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서의 감소분 6200억원을 뺀 금액이다.

정부는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15개 법률을 8~9월 중 입법예고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9월 말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세원이 노출된 중산층 근로자의 세부담을 늘렸다는 지적이 많아 국회 논의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