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는 27일 오후 2시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갑한 현대차 사장, 문용문 현대차 노조위원장 등 노사 교섭위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0차 임단협 본교섭을 재개했으나 2시간여 진행된 교섭에서 안건에 대한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로써 노조는 곧바로 추가 파업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노조는 이날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의미로 정상근무에 들어갔다. 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금까지보다 파업 수위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어 전면파업까지 우려된다. 이 경우 현대차는 하루 평균 1500억원의 생산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교섭 결렬을 두고 예고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노조가 파업 일정을 먼저 정해놓고 짜맞추기 식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노조는 교섭을 앞두고 쟁대위 속보 9호를 통해 "이번 교섭에서는 지난 19차 교섭 때와 같이 일괄제시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조합의 수정제시안만을 주장하는 도발은 결코 없어야 한다"며 "조합원이 흘린 땀의 대가를 사측히 부정하려 든다면 쟁대위는 더 큰 투쟁으로 그에 대한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날인 28일에는 '성실교섭 촉구 및 임단투 승리를 위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울산공장 잔디밭에서 가질 것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현대차도 노조와 맞서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현대차 경영진은 노조와의 협상에 있어 원칙 위주로 대응해나가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회사가 먼저 양보하는 식의 협상을 벌이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윤여철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은 "기본적인 방침은 회사는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노조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노조의 요구사항이 180개에 달해 사상 최대인데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것을 회사보고 받아들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화와 협상은 계속하겠지만 우리는 할 만큼 다했다. 이제 노조가 바뀌기를 바라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노조가 접을 건 접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차,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12개 계열사가 아직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상태라는 데 있다. 일부에서는 현대차그룹 노사간 전면전으로 확산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계열사 노조의 수석단이 기아차 노조 회의실에 모여 공동대응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대차 노조와 달리 이미 잠정적 합의를 한 계열사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한편 오는 31일 비정규직 투쟁을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지난달 20일에 이어 또다시 울산으로 향한다. 희망버스는 이날 서울을 비롯해 광주·대구·춘천 등 전국 10여곳에서 각각 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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