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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일 (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영국과의 ‘이혼’을 너무 다급하게 밀어붙이지 말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EU 내부에서 영국의 탈퇴 협상을 두고 벌써부터 마찰음이 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EU가 영국의 탈퇴 과정에서 “특별히 못되게 굴 필요는 없다”며 영국의 다급한 탈퇴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영국과의 탈퇴 협상이 “객관적이고 우호적인” 환경에서 “적절하게 이뤄져야한다”고 덧붙였다.
메르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영국의 신속한 탈퇴 이행을 촉구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독일 정부 인사들과도 극명히 반대되는 것이다.
또한 현지시간 25일 열린 EU 창설 6개국 회의에 참석한 외무장관들 역시 융커와 마찬가지로 영국에 신속히 탈퇴 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독일과 프랑스를 주축으로 영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EU 내에서 EU 회의론이 확산되는 것을 봉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EU 통합의 피로감으로 반(反) EU 정서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규제하고 지시하는 EU'가 아니라 '유연한 EU'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과 만나 브렉시트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같은 날 EU 집행위원회 고위 관계자들이 브뤼셀에서 브렉시트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한다. 유럽의회도 임시의회를 열고 브렉시트 이후에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28∼29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참석하는 EU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자리에서 EU 회원국 정상들은 브렉시트 대책 회의를 가진다. 이에 따라 이 자리에서 회원국 간 입장차가 얼마나 강하게 나타날 지 여부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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