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에 가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키조개부터 석화(굴), 매생이에 이르기까지 바다 별미가 푸짐하게 쏟아진다. 장흥 앞바다 득량만 일대 풍요로운 갯벌은 맛 좋은 조개류들이 서식하는 자양분이 됐다.
수문항 등에서 바라보면 보성과 고흥 바닷가가 지척이다. 조갯살 한 점 먹고 그 조개들 터전이 된 갯벌 한번 바라보면 향긋한 바다 내음이 입과 코에서 요동친다.
석화(굴)는 겨울 포구를 빛낸다. 소등섬이 있는 남포 일대가 자연산 굴로 명성이 높다면 관산읍 죽청해변은 종패를 넣어 키운 양식 굴구이를 파는 집들이 늘어서 있다. 장흥 굴은 한 솥 가득 쪄먹어도 담백한 맛을 낸다. 자연산 굴은 12월 중순을 넘어서야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석화와 함께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게 매생이다. 회진면 내저리에 매생이 주요 산지가 있다.
장흥에서는 미역국만큼이나 흔한 음식이 매생잇국이다. 매생이는 칼국수나 전으로도 먹지만 국으로 먹어야 제맛을 낸다. 매생잇국에는 장흥 석화를 넣거나 돼지고기 등심살만 볶아 넣기도 한다.
처음 맛보는 사람은 연기가 나지 않아 서둘러 먹다가 입천장이 데기 십상이다. '미운 사위에게 매생잇국 준다'는 말도 있다.
요즘 매생이는 귀하신 몸이다. 겨울이면 장흥 장터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지만, 서울 등에서는 웰빙음식 반열에 올라 있다.
장흥에 가면 놓치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다면 바로 '장흥삼합'이다. '장흥에 놀러 가 삼합을 못 먹으면 푸대접받은 것'이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이 지역은 해산물만큼이나 한우도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표고버섯 역시 전국 생산량 1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표 특산품이다. 독특하게 키조개와 한우, 표고버섯이 삼합을 이룬다. 장흥 바다 별미들이 다른 특산물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낸 '풍성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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