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수 지지층 내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인사는 "보수층이 이재명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에게 대선에서 밀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가 하면, 또 다른 이들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재명이 대선에 나오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반된 시각은 충청 민심의 변화와 맞물려 흥미로운 정치적 함의를 제공한다.
충청권 민심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한 젊은이에게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 대표의 양자 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 같은 지를 물었을 때, 그는 짧게 "윤석열한테도 진 사람인데···"라고 답했다. 이 발언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지만, 이 대표에 대한 거부감은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충청인들의 특유의 신중한 언어 습관과 본심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태도는 이런 짧은 답변 속에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다음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흐름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한국갤럽이 세계일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차기 대선 후보 가상 대결 조사(전화 면접)에 따르면, 충청권에서 오 시장은 44%, 이 대표는 41%의 지지를 얻었다. 이는 오차 범위(±3.1%p) 내의 결과지만, 오 시장이 앞섰다. 특히 강원 지역에서는 오 시장이 52%의 지지를 받은 반면, 이 대표는 31%에 머물렀다. 이는 중부권 민심이 흔들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YTN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달 22~23일 실시한 양자 대결 조사에서는 충청 지역에서 오 시장이 47%, 이 대표가 33%로, 오차 범위를 벗어난 14%p의 격차를 보였다. 그러나 전국 단위로 보면 이 대표가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갤럽 조사에서는 이 대표가 47%, 오 시장이 43%였으며,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각각 41%로 동률을 기록했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충청 민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내 대선 후보 중 이 대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는 일극체제로 입지가 강하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상대하기 쉬운 인물로 간주하는 이중적인 시각을 반영한다. 어떤 이는 민주당에선 이 대표가 출마해야 국민의힘이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이에 긴장한 탓일까. 요즘 이 대표는 경제 및 사회정책에서 연신 우클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상속세 부담 완화, 주 52시간 특례 도입, 기본소득 유예 등이 그 사례다. 이런 정책 변화는 중도층과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변화가 진정한 이념적 전환인지, 단기적인 선거 전략인 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와함께 이 대표의 외교 및 역사 인식 관련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고 끔찍한 인권 침해를 저질렀지만, 왜곡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대선 주자로서 망언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앞으로 보수 진영이 이 대표를 비판하는 주요 소재가 될 것이다. 이 대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대표가 앞으로 어떤 정치적 전략을 펼칠 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는 과거 대선에서도 좌우 이념을 아무렇지 않게 활용했던 전력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또다시 좌클릭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충청 민심의 변화는 단순한 지역 여론의 흐름을 넘어, 차기 대선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유연성, 국민의힘의 전략적 대응, 그리고 중부권 유권자들의 선택이 향후 한국 정치 지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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