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안팎에서 '대선 차출론'이 불거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홍준표, 김문수 예비후보와 지지율을 나란히 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대행이 국민의힘 경선에 출마하지 않았지만, 무소속 출마 후 단일화 가능성이 아직 존재하는 만큼 지지율 상승 분위기가 주목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지도자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p))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8%, 한 대행과 김 후보, 홍 후보는 7%로 나타났다. 이어 한동훈 예비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예비후보는 각각 6%, 2%로 집계됐다. 26%는 응답을 유보했다.
이와 관련 갤럽은 "윤 대통령 파면 이후 보수 진영 일각의 차출론에 힘입은 한 대행은 지난주 2%로 처음 이름을 올렸고, 이번주 7%로 존재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지정당별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층 82%는 이 후보를 지지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홍 후보와 한 대행이 각각 20%를 기록했으며 김 후보와 한 후보는 10%대 후반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성향별로는 보수 성향 응답자 17%가 한 대행을 선호했다. 중도층 40%는 이 후보라고 답했으며 홍 후보는 6%, 한 후보는 5%로 나타났다. 진보 진영에선 이 후보가 74%로 압도적인 선호를 보였으며, 홍 후보와 한 후보가 2%로 뒤를 이었다.
한 대행의 직무수행 평가와 관련해선 50%가 '잘못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잘하고 있다'는 대답은 41%에 머물렀다. 국민의힘 지지층 88%는 한 대행이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민주당 지지층 90%는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선 한 대행의 지지율 상승 이유를 두고 트럼프발(發) 글로벌 통상 전쟁과 국내 내수시장 부진으로 설명한다. 경제 회복 가능성이 있는 대통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데 따른 반응이라는 의견이다. 한 대행은 경제부총리를 거쳐 국무총리, 주미국 대사를 역임한 만큼 글로벌 통상 전쟁과 민생 경제 위기 관련 대응을 갖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한 대행의 지지율 상승이 마땅한 '이재명 대항마'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 선두를 달렸던 김 후보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이목이 집중되는 후보가 없자 당 지지층들이 '새 인물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역시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그동안 표심을 정하지 못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한 대행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며 "마치 문재인 정권 때 윤 전 대통령에 기댔던 것과 거의 같다"고 풀이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한 대행을 지지하고, 윤 전 대통령도 선호하는 것 같으니 기대감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보수층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한 대행을 고려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중도층의 온전한 지지는 아직 못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접촉률은 41.7%, 응답률은 14.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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