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근 해병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특검팀)에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7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김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로부터 ‘VIP 격노설’을 전달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로, 특검은 관련 경위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 전 사령관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박정훈 대령에게 전달했는가”, “특검 수사에 협조할 계획인가”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곧장 조사실로 향했다.
김 전 사령관은 2023년 7~8월 채 상병 순직 사건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에게 외압이 전달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대통령실 내부 반응을 박 대령에게 직접 전달한 인물로 지목되며, 이른바 ‘VIP 격노설’의 실체를 규명할 핵심 참고인으로 꼽힌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실 회의에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고 격노한 직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수사 결과 발표 연기와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는 정황에서 비롯됐다.
박 대령은 김 전 사령관이 같은 날 오후 5시 자신을 집무실로 불러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전했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김 전 사령관은 해당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공개된 통화기록에 따르면 김 전 사령관은 그날 오전 11시 57분 이 전 장관과 통화한 뒤, 오후 5시께 임기훈 당시 대통령실 국방비서관과도 약 3분간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검은 이 통화에서 김 전 사령관이 어떤 내용을 지시받았고, 이후 어떤 메시지를 박 대령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초기 허위 보고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사령관의 개입 여부도 함께 조사할 예정이다.
이날 김 전 사령관의 출석에 맞춰 해병대예비역연대는 특검 사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된 진술을 촉구했다. 이들은 “수사 외압의 주범 윤석열과 그 종범들이 해병대에 외압을 행사했을 때, 당시 사령관 김계환은 불의에 순응하며 부하 박정훈을 팔아넘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병대의 리더라면 직을 걸고 외압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려는 최소한의 시도라도 했어야 했다”며 “시정잡배처럼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한 김 전 사령관은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김 전 사령관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을 겨냥한 VIP 격노설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특검은 대통령실 회의 직후 사건 흐름이 급변했고, 임성근 전 1사단장이 피의선상에서 제외된 정황 등을 종합해 외압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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