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1일로 연기된 관세 발효 시점까지 설령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핵심 품목에 대한 관세가 유지되거나 확대될 경우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무역 협상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에 상호관세뿐 아니라 품목별 협상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해 실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무역 상대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시한을 기존 7월 8일에서 8월 1일 0시 1분으로 재조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90일간 유예했던 조치를 약 3주 더 연장한 것이다.
현재 한국은 주요 대미 수출품인 자동차 및 부품, 철강·알루미늄에 이미 25~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된 상태다. 이번 25% 상호관세는 이들 품목을 뺀 전 품목에 적용되며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 관세가 완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가장 밀접한 동맹국 중인 일본에 대해서도 1% 수준이지만 기존보다 상호관세율을 상향 조정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측이 자동차 관세율에 대해서는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출신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 역시 이날 "(미국 정부의) 발표는 미국이 한·일 양국의 최우선순위인 자동차 관세를 포함한 '무역확장법 232조' 품목별 관세의 완화는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의 관세 영향이 지속된다면 대상 품목을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관세 충격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곳곳에서 관세 부과 여파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상반기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철강 수출은 3.2% 각각 감소했다. 이 중 대미 자동차 수출은 16.4%, 대미 철강 수출은 4.3%로 더 크게 줄었다.
송재창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자동차의 경우 미국 현지 판매 가격에 아직 관세 인상분이 전가되지 않았는데 하반기 어느 정도 전가될 것으로 보여 관세 영향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무역협회도 트럼프 관세 등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한국의 수출이 상반기보다 더 꺾이면서 연간 전체 수출이 작년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와 해외 생산·조달 비중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 수출은 7.1% 줄면서 연간 수출이 4.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 수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과 유럽연합(EU)·인도를 중심으로 한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 강화로 수출 부진이 확대되며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도 7.2% 감소해 연간 수출은 6.0%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기브 앤 테이크' 전략을 취하면서 상호관세율을 인하하고 대미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율 조정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상호관세를 기본 관세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품목별 관세도 인하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이지만 한·미 협상 진행 과정들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안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남은 협상 기간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실리 위주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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