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가 블록버스터가 된 사연

  • FT, "공포자극, 똘똘한 마케팅이 주효"

   
 
 
신종플루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람들이 야외활동을 줄인 데 따른 영향이 크다. 항공·호텔 등 여행업계가 울상짓고 있는 사이 홈쇼핑업계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손씻기 열풍으로 손 전용 세정제는 동이 날 판이다.

희색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는 기업이 또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Tamiflu)'로 대박을 터뜨린 스위스 제약사 로슈. 타미플루는 조류독감(AI)이 본격적으로 유행한 2005년에 이어 올해도 구글 제약부문 검색 순위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앞섰다.

타미플루의 대박 비결은 단순해 보인다. 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 치료효과가 있고 특허권을 가진 로슈가 독점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타미플루가 '블록버스터'가 된 데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변종 인플루엔자에 대한 공포를 적절히 자극했고 치료효과로 제값을 했으며 똘똘한 마케팅 전략이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 결과 타미플루는 로슈가 생산하는 의약품 중 네번째로 잘 팔리는 약이 됐고 올해 매출은 20억 스위스프랑(19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타미플루가 처음부터 블록버스터였던 건 아니다. 1999년 처음 생산됐을 때만 해도 천덕꾸러기에 불과했다. 계절성 독감은 매년 50만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물론 각국 보건 당국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주요 국가 중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타미플루를 도입한 곳은 일본이 유일했다.

로슈는 타미플루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사례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3년 조류독감이 발병하면서 5000만명의 희생자를 낸 1918년 스페인독감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같은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1만5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2005년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다.

대형 재난에 따른 인명피해가 커지자 각국 정부는 비상사태에 무방비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국민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각국 보건당국은 타미플루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때 로슈의 전략이 빛을 발했다. 로슈는 국가별 타미플루 비축 현황을 비교해 각국 정부를 압박했다. 일반인들의 공포를 이용한 것이다. 각국 정부 역시 국민들에게 무언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타미플루를 사모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브랜드 이름도 제값을 톡톡히 했다. 타미플루는 국제일반명인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보다 더 생동감이 있는 데다 일반인들에게 '타미플루가 곧 인플루엔자 치료제'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타미플루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필요를 충족시켰다는 데 있다. 임상 연구 결과 증상이 나타난 뒤 이틀 안에 타미플루를 복용하면 병세가 호전되고 합병증 발병과 독감 잠복기간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효과도 동종 약품보다 한 수 위다. 특히 조류독감 인플루엔자인 H5N1과 같은 변종은 기존 항바이러스에 대한 내성을 갖추고 있다. 타미플루에 필적할 만한 것으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릴렌자(Relenza)'가 유일하지만 흡입제라 캡슐제인 타미플루가 복용하기 편하다.

로슈는 마케팅에도 공을 들이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타미플루를 비축하고 있는 만큼 저장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대용량 버전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오래된 재고를 취합, 재가공해 사용토록 하고 있다. 물론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값비싼 약으로 부자 나라들로부터 수익을 챙기며 가난한 나라는 모른 척하고 있다는 비판에도 대응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거액을 기부하고 개발도상국에 저가로 의약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복제약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들은 로슈의 저가 정책으로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로슈가 설 땅 역시 좁아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항바이러스제 시장이 확대되면서 경쟁사들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신문은 적어도 두 개 이상의 항바이러스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GSK 역시 최근 릴렌자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했다.

새로운 인플루엔자가 유행할 때 쯤이면 로슈가 보유한 타미플루 특허권이 소멸되는 것도 문제다. 변종 인플루엔자가 나타날 수록 타미플루의 효력 역시 약해질 게 뻔하다. 이 때문에 로슈는 상당한 자금을 들여 타미플루를 다른 약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약효를 높이고 복용량과 기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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