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스포츠 강국의 '악취'

(아주경제 김명근 기자) e스포츠는 디지털 게임으로 승패를 가리는 신종 스포츠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대기업들이 구단을 보유하고 방송으로 생중계 될 정도다.

유명 프로게이머 임요환은 프로 스포츠 선수나 인기 연예인보다 더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매년 여름 부산 광안리에서 열리는 프로리그 결승에는 수 만명의 팬이 운집해 장사진을 이룬다.

해외에서는 국내 e스포츠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관계자들을 파견하기도 한다.

산업적인 효과도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e스포츠의 시장파급 효과가 4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랬던 e스포츠가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달아 터지며 좌초 위기에 처했다.

믿었던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연류된 것이다.

승부조작 사건과 관련된 선수 중에는 e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최정상급 선수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더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e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e스포츠의 태동기부터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동료들도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최근에는 e스포츠 종목 중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잡음도 들리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차기작을 놓고 게임개발사인 블리자드와 e스포츠협회가 대립각을 곧추 세우고 있는 것.

e스포츠협회와 2차 저작물에 대해 협상 중이던 블리자드는 곰TV를 운영하는 그래텍과 e스포츠 리그 진행과 관련된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는 팬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고 e스포츠협회측은 국내 팬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력 반발하며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중간에 놓인 팬들만 어느 편에 서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을 뿐이다. 애꿎은 팬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는 팬이 있어야 존재 가치가 있고 그 명맥도 유지할 수 있다. 관중들을 대상으로 제품이나 기업 프로모션을 하는 프로 스포츠는 더욱 그렇다.

팬이 떠난 e스포츠는 이벤트성 게임 대회에 불과할 뿐이다.

위기의 e스포츠를 기사회생 시키려면 선수들은 프로정신으로 재 무장하고 블리자드와 e스포츠협회 모두 지리한 감정 싸움을 접고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수식어는 먼지처럼 사라질 것이다.

 diony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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