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구조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떨치기 위해 해외법인 STX유럽의 기업공개(IPO)에 나서고 있지만 공모매각지분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작아 현금유입량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STX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 무거워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후 STX중공업, STX에너지 등을 상장해 그룹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유럽의 해양플랜트(OSV) 사업부문의 싱가포르 증시 사장을 통해 STX에 유입되는 자금은 약 250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STX가 지금까지 50%(5억주) 지분 매각을 기준으로 6000억~7000억원에 공모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왔던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공모 주식수를 줄인 것을 감안해도 1300억원이 모자라는 규모다.
이재원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싱가포르 주식시장이 국내와 달라 STX유럽의 정확한 공모가 밴드를 알지 못하지만 기관 수요예측을 통해 나온 공모가가 회사 측 희망공모가를 하회한 것이 그 배경"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공모 주식수를 줄인 것을 감안해도 1300억원 가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공모가가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STX유럽의 싱가포르 상장이 흥행에 실패할 조짐을 보이면서 STX의 주요 상장사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특히 STX유럽과 지분관계가 얽힌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에 악재로 인식되면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STX유럽은 STX노르웨이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 STX노르웨이의 지분을 STX조선해양(66.7%)과 STX엔진(33.3%)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STX유럽이 공모 절차에 착수한 지난 5일 14.80%까지 급락했고, (주)STX와 STX엔진 역시 이날 각각 12.6%, 11.9% 떨어졌다. STX메탈도 7.4% 하락했다.
이로써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STX의 회심의 카드가 다소 김이 샌 모양새다. 조선 시황을 바라보는 시장의 의견이 보수적이라는 반증이다.
따라서 해운·조선·선박엔진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STX의 사업포트폴리오를 감안하면 업황 개선이 전제돼야 STX중공업, STX에너지 등을 추가 상장했을 때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다만 회사 측은 세계 선박금융의 회복과 함께 나타난 신조선 발주량 증가와 신조선가의 상승 흐름에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STX 관계자는 "STX유럽이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고, 시황이 개선된면 상장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확보할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인 STX팬오션이 순항하고 있다는 점도 STX가 추후 상황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STX의 부채비율은 2009년 회기기준으로 234.72%이다. 하지만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연결부채비율로 이를 다시 산정하면 528.37%로 급증한다. 연결부채비율은 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제거한 순자산을 기초로 계산된 부채비율로, 해외법인 부채까지 포함됐다.
김병용ㆍ김용훈 기자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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