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車보험 주행거리 사진인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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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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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AXA다이렉트가 손해보험업계 최초로 출시키로 한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이 허점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AXA다이렉트가 오는 12월 16일부터 판매하는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은 가입과 동시에 보험료를 선(先)할인한 뒤 차량계기판 사진으로 주행거리를 인증해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유발 가능성을 안고 있다.

AXA다이렉트는 지난 23일 보험료를 최대 9%까지 선할인해주는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AXA다이렉트는 이 특약이 차량운행정보 확인장치(OBD)를 설치하는 대신 계기판 사진을 찍어 회사 이메일 주소로 전송하면 주행거리를 인증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증방식은 계기판 또는 계기판 사진 조작 여지를 남겨 보험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낳았다.

예를 들어 AXA다이렉트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가입자 A씨의 자동차보험료가 5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주행거리 준수 시 최대 할인금액은 4만 5000원으로 증빙자료 조작에 따른 이득을 챙길 수 있다.

한 자동차 정비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계기판 조작은 기본적으로 불법에 해당하지만 일부 소규모 업체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차량 수리나 엔진오일 교체 시 1만원 미만의 수고비만 받고 계기판을 손 봐 준다.

고객과 평소 친분이 있는 업체의 경우 아예 무료로 계기판을 조작해주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차량의 계기판을 임의로 촬영하거나 자신의 차량 계기판을 촬영한 뒤 포토샵 등 이미지 편집프로그램으로 사진을 조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정비업체에서의 계기판 조작은 비일비재한 일인 데다 상상을 초월하는 포토샵 기술이 대중들 사이에 보편화돼 있어 사진에 의존한 주행거리 인증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AXA다이렉트는 일회성 사진 인증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종인증 및 수시인증 절차를 따로 마련했지만 인증 투명성을 확보하기엔 역부족이다.

AXA다이렉트는 사진을 통한 최초인증 이후 고객이 지정 제휴업체를 직접 방문토록 하거나 제휴업체 직원을 파견해 실제 계기판을 확인할 계획이다.

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쪼개 제휴업체 들르는 고객은 극소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고객들의 행선지에 따라 곳곳에 파견할 계기판 검사 인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문제다.

AXA다이렉트는 소규모 온라인사로 종합손보사와 같은 조직과 인력을 갖추지 못해 제휴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밖에 AXA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기존 요일제 자동차보험과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중 하나의 특약에만 가입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요일제 자동차보험은 특정 요일을 지정해 해당일 차량 미운행 시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이다.

마일리지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매일 차량을 운행하지 않거나 차량 주행거리가 비교적 짧은 이들로 대부분 요일제 자동차보험 할인 기준을 충족한다.

AXA다이렉트는 두 특약 중복가입에 따른 보험료 할인율 급증 여지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AXA다이렉트가 이처럼 허술한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을 서둘러 내놓게 된 데에는 신규고객 유치효과를 고려한 손익계산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은 약정 주행거리 미만 운행차량 가입자의 보험료를 할인해주지만 약정거리를 초과 운행하거나 해당 특약에 미가입한 고객들에게 보험료를 추가로 물릴 수 없어 손보사들에겐 손해 보는 장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XA다이렉트가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을 앞장 서 출시키로 한 것은 보험료 할인으로 인한 손해를 신규고객 데이터베이스(DB) 확보효과로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고객들이 편리한 주행거리 인증방식에 끌려 AXA다이렉트에 몰릴 경우 자연스럽게 DB를 확보할 수 있다”며 “보험료 할인은 마케팅 비용 투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AXA다이렉트 관계자는 일련의 지적에 대해 “OBD 장착 시에도 주행거리 조작 가능성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주행거리 사진인증은 고객들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특약이 정식 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인증방식에 따른 폐해를 예단하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보, 메리츠화재, 한화손보, 흥국화재, 롯데손보, 하이카다이렉트 등 다른 손보사들은 내달 20일 이후 마일리지 자동차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 손보사들은 현재 상품 개발을 완료하고 보험개발원 보험료율 검증 및 금융감독원 인가절차를 밟고 있다.

고객들은 보험료 할인 시기(선할인, 후할인)와 주행거리 인증방식(OBD, 사진)에 따라 최대 4가지 가입 유형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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