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학의 오늘’은 김수영이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돼 6·25 직후에 발표한 시 ‘그것을 위하여는’을 입수해 내달 9일에 나오는 창간호에서 해제와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그것을 위하여는’은 시인이 1953년 10월3일자 연합신문에 발표한 것으로, 고서수집가인 문승묵 씨가 발굴해 제공했다.
총 59행에 이르는 비교적 긴 시로, 화자가 객사(客舍)에 누워 생각에 빠져드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실낱같이 잘디잔 버드나무가 / 지붕 위 산 밑으로 보이는 객사에서/ 등잔을 등에 지고 누우니 / 무엇을 또 생각하여야 할 것이냐 // (중략) // 만나야 할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가야 할 곳도 가지 못하고 / 이제는 나의 천직도 잊어버리고 / 날만 새면 / 차디찬 곳을 찾아 / 차디찬 곳을 돌아다닌다”
유성호 한양대 교수는 해제에서 “이 시편은 시인으로서의 천직을 잊어버리고 임시수도 부산에서 차가운 곳을 전전하며 살아갔던 김수영이, 밤이 되면 자유롭고도 우둔한 ‘생각’의 공간으로 잠입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문학의 오늘’ 편집위원인 방민호 서울대 교수는 “이 시가 초기 김수영 시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작으로 손꼽히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금까지 모여진 김수영의 초기 시들은 어딘가 시인으로서 조련이 덜 된 듯한 미숙성이 느껴지는 데 반해, 이 시는 사유의 유장한 흐름도 흐름이거니와 그 안에 담긴 전쟁 중 시인의 삶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