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나무 작가' 심수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대형 설치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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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10-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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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일부터 '풍경의 비밀' 22회 개인전 <br/>나무토막과 공사판에서 주워온 낡은 상자의 변신한 설치작품등 선봬

21일 울산에서 올라온 심수구 작가가 31일부터 여는 풍경의 비밀 개인전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1년을 꼬박 준비한 전시입니다. 혼자 작업하면서 밤잠도 설쳤더니 살이 쪽 빠졌네요."

'싸리나무'작가로 알려진 전업작가 심수구(64)씨가 오는 31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21일 오후 인사동 한식당에서 만나 작가는 볼이 홀쭉하게 패인 모습이었다. 5kg이나 빠졌다고 했다. 검게 그을린 손은 싸리나무처럼 거칠어 보였다.

고향 울산에서 작업하는 작가는 이번 전시는 대형 설치작품을 선보인다며 노트에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했다.

그동안 싸리나무 작업의 종결판과 함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페인트작업을 선보인다.

이제껏 작업의 재료가 됐던 땅에 굴러다니는 하잘것 없는 나무토막들을 주워 모아 쌓고, 공사판에서 주워온 낡은 판자로 대형 상자를 만들었다. 전시 주제는 '초라함의 승화'다.


전시장에는 나뭇가지를 빼곡히 채운 182×92×92㎝의 대형 상자가 바닥에 놓여진다. 이런 상자 40여개가 전시장에 펼쳐진다.

조명을 모두 끄고 설치된 작품은 전시장 자체가 무대화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입구에 큰 상자들이 울타리처럼 내부를 둘러싸고 그 틈에 난 작은 통로로 걸어 들어가면 멀리 천장에 매달려 조명을 받는 또 다른 상자가 보인다. 이 상자는 온통 페인트를 뒤집어썼다.

작가는 “나뭇가지라는 자연물에 인위적인 페인트를 씌운 건 지구를 가장 더럽히는 존재인 인간이 자연적인 것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 데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업갤러리가 아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하는 작가는 "중견작가들이 전시할 공간이 많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011년 한지작가 함섭씨가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를 연 이후 욕심을 냈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는 싸리작업을 이야기가 있는 대형 설치작업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6년전 '싸리나무' 로 작업을 시작한 그가 지속적으로 탐구하는 주제는‘반복과 차이’. 작품은 작업실에서 수백·수천 개의 나뭇가지를 반복적으로 촘촘하게 세워 붙이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완성된다.

작가는 “우리는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는 무의미하고가치없다고 생각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행위도 반복적이지만 사실 그렇게 숨쉬는 행위가 모여 한 사람의 인생을 이루듯 하잘것없는 나뭇가지를 반복적으로 붙인 결과물이 보는 이들에게 주는 큰 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젠 싸리나무를 구하기 힘듭니다. 곧기와 크기도 비슷한 배나무와 복숭아나무를 이용합니다."

흔해빠진 나뭇가지를 한점 한점 붙여 예술로 편입시킨 작가는 "철학자든 예술가든 모방이 아닌 새로움으로 시대를 앞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있는 것의 발견을 시도하는 그의 작품은 '집합의 미학'이다. 나뭇가지 하나 하나가 '뭉쳐서 힘이 된' 작품은 어릴적 늘 보았던 싸리나무 묶음에서 비롯됐다.

울산에서 과수원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매일 과수원에서 자라는 배나무를 보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추상 회화 작업을 하다 15년 전 울산 작업실 뒷산을 산책하면서 시골 처마밑에 쌓여있던 장작더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작가는 "어머니가 과수원에서 가지치기하고 남은 나뭇가지를 말려 아궁이 불을 지피던 시절 각인된 이미지가 자연스레 작업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수많은 나뭇가지들은 ‘바람결같은’‘천수답같은’‘성냥개비같은’ 등 거대한 울림을 전하는 형상으로 재탄생했다.

싸리나무를 모으고 깎아 패널 위에 하나하나 손으로 붙이는 평면 입체작업과 설치 작업은 해외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2003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르코아트페어에서 ‘솔드아웃’(매진)을 기록하면서 유명세를 타기시작했다.

무의미와 가치없음, 초라함에서 시작된 나무토막들의 반복된 울림은 이번 전시에서 무거움과 심오함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보인다.
'풍경의 비밀'을 타이틀로 여는 작가의 22회째인 이번 전시는 나무 토막들을 뉘어 나가거나, 그림자 처리를 하고, 글씨를 적고, 나무에 색칠을 해 한층 경쾌해졌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02)580-1300.
나무토막에 색이 칠해진 심수구 작가의 최근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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