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이동통신사 요금낮추기 경쟁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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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18-06-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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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부 규제 속 선제적 조치가 차선 판단

  • - 단말기 혁신 정체...기기변경 수요 감소

[IT과학부 정명섭 기자]

최근 이동통신시장의 풍경이 낯설다. 이동통신 3사가 앞다퉈 통신 요금을 낮추고 데이터 제공량을 늘리는 등 이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경우, 요금 가격이 10원 단위까지 같고 데이터양도 동일해 담합 의혹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게 통신 3사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매년 내놓는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이동통신시장에 대해 “경쟁이 활발하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해왔다.

LG유플러스가 올해 2월 8만원대 요금제에서 LTE 데이터양과 속도 제한을 완전히 풀어버리자, KT는 3개월 후인 지난달 동일한 요금제(데이터ON 프리미엄)와 함께 6만원대에 데이터 100GB(데이터ON 비디오), 3만원대에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LTE베이직)를 출시해 맞불을 놓았다. LTE베이직은 선택약정요금할인 25%를 받으면 가격이나 데이터 제공량 면에서 정부의 ‘보편요금제’에 준한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가‧저가 요금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의 이례적 요금 경쟁은 자발적이라기보다 외부적인 요인들이 맞물린 결과다. 먼저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5월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은 역대 정권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택약정요금할인율 인상(20%→25%), 보편요금제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임의로 요금 가격을 결정하도록 두느니 선제적으로 요금을 내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KT는 LTE베이직을 출시하면서 “시장이 정부보다 더 좋은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통신비 인하 정책이 추진되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요금제 경쟁은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두 번째 요인은 스마트폰의 혁신 정체다. 실제로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전략폰 ‘LG G7 씽큐’의 디자인은 애플의 아이폰X(텐)과 큰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9은 전작 갤럭시S8과 외관상 차이는 없고, 오디오‧카메라 등 부수적인 기능 추가에 그쳐 소비자의 환심을 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단말기가 이동통신 가입자 유지‧유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전보다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동통신사들이 요금제 가격과 혜택 증가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이다.

3사 간 경쟁 구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요금제 개편 이후에는 요금제의 활용도를 높일 콘텐츠 확보가 최대 이슈다. LG유플러스는 3사 중 최초로 넷플릭스와 손잡았고, 추가 콘텐츠 제휴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SK텔레콤은 올해 하반기 중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새로운 IT 기술을 접목한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시장에서 사업자 간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건 자체로 긍정적이다. 이동통신 3사가 이를 통해 소비자의 효용이 강화되는 쪽으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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