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에 따르면 하리리 총리는 이날 수도 베이루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들으려 했지만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며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레바논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며 정치적 입지보다 나라의 존엄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총리의 사퇴 발표는 레바논 전역을 휩쓴 반정부 시위가 열린지 12일 만에 나왔다. 정부가 지난 17일 왓츠앱 등 스마트폰 메신저에 하루 20센트(약 230원)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한 것이 경제난에 시달리던 민중의 분노에 불을 댕겼다.
하리리 총리는 21일 공무원 봉급 삭감, 은행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의 개혁 조처를 내놓았지만 불붙은 시위룰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위대는 내각 전면 개각과 정파에 휩쓸리지 않은 전문 관료로의 정치 체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동요 '아기상어'를 합창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서 진행된 반정부 시위는 친정부 세력과 충돌, 도로를 막은 연좌 농성에 대한 정부의 진압이 시작되면서 과격화하는 양상이다.
레바논 정세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면서 레바논 달러화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30%를 넘기도 했다. 은행과 학교, 기업들은 열흘째 문을 닫은 상태다.
반정부 시위대는 하리리 총리의 사퇴를 환영했다. 그러나 총리 사임으로 레바논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리리 총리가 당분간 임시 총리로 남을 공산이 크지만, 관측통들은 시위대의 요구를 처리하고 경제난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가 구성되기까지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도 새 정부를 꾸리는 데 몇 달에서 몇 년이 소요되기도 했다.
베이루트 소재 카네기중동센터 마하 야히야 연구원은 "하리리 총리가 향후 계획을 일부라도 세운 다음에 사퇴를 발표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격동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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