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00년 향한 첫발... 코로나19·조현아에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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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03-03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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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원태 창립 기념사 키워드 1년 새 '도약'서 '우려'로

  • 위기 극복 중심 잡을땐 100년 기업 현실화

대한항공의 100년을 향한 첫발이 코로나19 사태와 경영권 분쟁으로 얼룩졌다. 

수장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기념사 키워드도 지난 1년 사이 ‘도약’에서 ‘우려’로 바뀌며, 현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올해 조 회장이 위기를 극복하고, 중심을 잡는다면 100년 기업의 현실화도 가능할 것이란 평가다.

조 회장은 2일 ‘대한항공 창립(1969년 3월 1일) 51주년 기념사’를 통해 “기업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그런 자리(이런저런 재료들을 섞어 급조한 토양)에 심어진 씨앗은 결코 결실을 볼 수 없다”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연합(KCGI, 반도건설 등)을 우회 비판했다.

이어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낸 성숙한 땅, 씨앗을 소중히 품어주고 충분히 뿌리내릴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우리의 일상과 헌신 그리고 희생을 심기에 합당하고 적합한 토양”이라며 “우리 임직원들의 가치 있고 소중한 씨앗은 마땅히 좋은 곳에 뿌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영진은 ‘토양’, 직원은 ‘씨앗’에 비유하며, 조 전 부사장 연합을 ‘나쁜 토양’으로 규정한 셈이다. 공식적인 행사에서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을 향한 조 회장의 지적은 이례적이다. 창립 51주년이라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기념사에 담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 조 전 부사장의 행태가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가족경영이라는 ‘아버지의 유훈’을 어겼다며, KCGI 등 외부세력과 손잡고, 경영권 확보에 나선 상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조 회장(당시 대한항공 사장)은 창립 50주년 행사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날개가 돼 드리는 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대한항공의 새로운 100년이 됐으면 한다”며 밝은 미래를 그린 바 있다.

일환으로 대한항공은 당시 △전 사업 부문에서의 지속 성장 △재무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및 주주 친화 정책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비전 2023’ 경영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하지만 51주년 행사에서는 별다른 미래비전을 밝히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다만 할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창업 회장과 아버지인 고 조양호 선대회장이 임직원들과 함께 그간 일군 좋은 토양과 씨앗을 지킬 것을 약속했다.

조 회장은 “기업의 초석을 다지신 창업주 회장과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을 이끌었던 선대 회장, 함께 땀 흘리고 헌신하셨던 수많은 선배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과 고객, 주주 여러분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의 평범한 일상들이 대한항공의 빛나는 미래를 위한 가장 소중하고 좋은 씨앗이라고 믿는다”며 “국가의 부름에 자신의 안위조차 뒤로 하는 중국 우한행 전세기에 자원해 탑승한 여러분들의 헌신과 희생 또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씨앗”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와 조 전 부사장 연합의 반발 등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데 동참할 것도 당부했다.

조 회장은 “우리가 바라는 결실을 보기까지 과정이 항상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하루하루 성실히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에 담긴 가치 있는 미래를 보며 사랑과 정성으로 가꾸어 나아가자”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일조하기 위해 별도의 창립기념식 행사는 하지 않았다. 이날 기념사도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유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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