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측은 이번 조치가 구조조정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미 올해 초 롯데쇼핑이 강조한 계열사 전반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2개월여 만에 상대적으로 채산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나이 많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점진적인 조정 작업에 들어간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달 31일 만 55세 이상 계약직 실버사원 38명 중 계약이 종료된 36명을 퇴사 조치했다. 나머지 2명 역시 계약이 끝나면 근무가 종료된다.
실버사원들은 '본인이 원하고 건강에 문제가 없을 경우 70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계약서 조항을 근거로 반발하고 있지만, 이에 롯데 측은 '회사 사정에 따라 계약이 종료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같은 계약서를 두고 노사 간 해석이 확연히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 측의 계약서가 법리적으로 문제는 없을지 몰라도, 피고용자 측에서는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실버사원 입장에서는 당연히 70세까지 일한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입사했을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사실상 시장 상황을 빌미로 한 아전인수 격 해석에 가깝다. 사회 공헌을 강조하는 대기업 측 입장이라기엔 상당히 무책임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전자제품 전문 매장 롯데하이마트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롯데하이마트 측도 연차가 높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자발적 희망퇴직이라 해명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9~16일 25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대리부터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이에 부합하는 인력은 대부분 현장직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 롯데하이마트는 희망퇴직을 하는 직원에게 법정 퇴직금을 비롯, 월급 24개월분 희망퇴직 위로금, 1200만원 규모의 창업 및 재취업 지원금을 지급해 이번 실버사원 사건에 비하면 사회적 파장이 비교적 덜했다.
최근 2개월여간 일련의 롯데쇼핑 구조조정 행보는 연초 대대적으로 밝혔던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안과 관련이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월 13일 운영 중인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총 700여 점포 중 채산성이 낮은 200여곳 비효율 점포를 정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최근 구조조정은 바로 이 채산성 낮은 인력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조직 슬림화 작업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대규모 구조조정 핵심은 채산성이 낮은 점포 및 인력을 대폭 감축하고 수익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밝힌 대로 연내 구조조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인력 감축이 진행돼야 한다. 최근 고연차 직원들의 조정 작업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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