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선도하고 있는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총량제에 대해 구체적인 감축 방법과 유인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징벌적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7일 시에 따르면 건물 에너지 신고·등급제를 지난 4월 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한 후 참여한 건물은 4166개다. 이 중 민간 건물은 1421개로 34.1%를 차지한다.
또 시는 2021년부터 건물 온실가스 총량제 시범사업을 시작해 12개 건물 용도별로 2017~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배출량 초과 시 개선명령·과태료 부과 등 페널티는 시범사업 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현지 미래에셋자산운용 ESG팀 선임은 "부동산 담보 대출을 동의하는 투자자 입장에서 에너지 효율은 아직 주요 고려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자산 가치가 올라가고 임차인은 관리비가 줄어드는 등 시장의 혜택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전까지는 인센티브 보완이 필요하다"며 "징벌적 제도로 가기 전에 기업이나 자산 담당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합의점을 마련하면 기업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제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참여 유인을 분리해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인곤 마스턴투자운용 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건물을 사용하는 임차인들이 공감대가 형성이 돼야 그 건물의 에너지를 충분히 절감 가능하다"며 "임차인들은 전기를 많이 쓰건 적게 쓰건 전기료는 관리비 항목으로 포함돼 동일한 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건물 용도별 12개로 설정된 감축 목표를 더 세분화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예컨대 호텔은 성급별로 필수 시설들이 있기 때문에 특급 호텔들은 좋은 에너지 등급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운 구조다. 이주영 서울시 친환경건물과장은 "뉴욕도 원래 10개로 시작했다가 60개로 진행하고 있다"며 "세분화를 최소 60개 정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을 반영해 내년에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구체적인 유인책으로 저탄소 건물 및 리모델링에 대한 용적률·취득세 혜택, 녹색금융과 연계한 금리 혜택 등이 제시됐다.
이 과장은 "시 예산을 들여서 재정적인 지원을 하기에는 솔직히 굉장히 어려움이 있어 중소형 건물 중심으로 지원을 설계할 수밖에 없다"며 "건물 규제를 시행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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