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경 사진연합뉴스](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02/18/20250218142146694215.jpg)
사교육업체에 모의고사 등 문제를 제공하고 뒷돈을 받은 현직 교사가 249명에 달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산정한 이들의 수취 규모는 총 212억90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액수를 따지면 8500만원이다.
감사원이 18일 공개한 ‘교원 등의 사교육 시장 참여 관련 복무 실태 점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경기와 6개 광역시 소재 중·고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가운데 2018~2022년 5년간 학원과 출판업체 등에서 돈을 5000만원 넘게 받거나 5000만원 미만이어도 비위 행위가 심한 사람이 295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49명이 사교육업체와의 불법 문항 거래를 통해 돈을 벌었고, 나머지는 모든 학생이 접근할 수 있는 교과서나 참고서, 문제집 등을 집필해주고 원고료를 받은 경우에 해당했다.
불법 문항 거래는 주로 사교육업체가 EBS 수능 연계 교재나 문제집의 집필진 명단을 보고 교사에게 연락해 계약을 제의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업체 측이 교사에게 출제 방향과 난이도를 지정해 출제 의뢰서를 전달하면 교사가 이에 맞춰 문항을 만들어주고 대가를 받는 수법이었다. 계약은 대부분 구두로 이뤄져 문서를 남기지 않았고, 단가는 일반 문항의 경우 10여만원, 고난도 문항은 20여만원이었다. 교사들이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제작·판매하는 영리 행위를 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고교 교사 A씨는 학원 강사 B씨에게 2015년부터 모의고사 문제를 꾸준히 판매하는 등 8개 업체로부터 5년 동안 6억10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사교육업체가 모의고사 문항 제작 팀장직을 제안하자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 당시 알게 된 교사들을 끌어들였다. 한 교사는 업체에 '2020년 10월 한 달간 연락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수능 출제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거래 단가 인상을 요구했다. 결국 이 교사의 문항 거래액은 20개당 3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올랐다.
교사 C씨는 2019년 다른 교사 6명을 끌어들여 문제 2000여개를 강사에게 판매해 3억2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이 가운데 2억4000만원은 C씨가 배우자 계좌를 이용해 문항 제작과 검토·수정 명목으로 가져갔다.
고교 과학교사 D씨는 교사 35명으로 문항 제작진을 꾸리고, 배우자가 설립한 '문제팔이용' 출판업체를 통해 제작진의 문제를 구매한 뒤 사교육업체에 팔았다. 사실상 D씨 부부가 만든 업체는 이 같은 방식으로 2019년부터 4년간 매출 18억9000만원을 올렸다.
특히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 23번 문항과 관련한 감사원 결론도 나왔다. 23번은 수능 직전 유명 강사가 제공한 모의고사에 실린 지문이 그대로 출제돼 '사전 유출' 의혹이 일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중간 결과 발표 당시 23번 문항 관련자들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으며, 최종적으로 이들 사이의 구체적인 유착 관계를 확인하지는 못했다.
현직 고교 교사는 2022년 3월 미국 하버드대 선스타인 교수의 저서 '투 머치 인포메이션' 중 79쪽을 토대로 EBS수능 연계 교재 문제를 만들었다. 이 교재를 감수한 대학교수 E씨는 수능 출제 위원으로서 23번 문제를 만들면서 해당 지문을 활용했다. EBS 문제를 만든 교사와 친분이 있는 다른 고교 교사 F씨도 이 지문으로 문제를 만들어 사교육업체 강사에게 제공했고, 수능 두 달 전 이 문제는 강사의 모의고사에 반영됐다.
E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수능 출제 당시 EBS 교재 문항의 지문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 스스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E씨가 속한 대학 총장에게 E씨를 상대로 주의를 촉구하라고 요청했다. 2018~2023년 매년 EBS 교재 집필에 참여한 F씨는 EBS 보안서약서를 위반하고, 출간 전인 EBS 수능 연계교재 파일을 강사에게 넘기기도 했다. 감사원은 F씨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의 조치를 요구했다.
23번 문항 출제와 이의 심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한국교육평가원 관련자 3명에 대해서는 각각 정직, 경징계, 해임이 요구됐다. 이들은 수능 이후 23번에 대한 이의 신청 126건이 들어오자 '중대 사안'이 아닌 '단순 사안'으로 변경하는 등 사안이 가볍게 처리되도록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감사원은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등 비위 정도가 큰 교사 29명에 대해서는 징계 요구(8명) 혹은 비위 통보(21명) 하고, 나머지 220명은 교육부가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적정하게 조치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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