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국민연금의 특혜와 MBK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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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영 법무법인 YK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YK)

지난달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회수해야 할 돈이 9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에서 적게는 5000억원, 최악에는 9000억원 중 대부분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2015년 국민연금은 홈플러스 인수전에 나선 MBK에 확약서까지 써주며 전폭적인 지원을 했고, MBK는 이에 힘입어 7조2000억원이라는 비싼 값에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홈플러스를 사들였다. M&A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특정 후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본입찰 전부터 투자 확약서까지 써주며 MBK를 밀어줬다.

그런데 10년 후 MBK는 지난 2월 투자 목적으로 세운 법인인 한국리테일투자를 통해 홈플러스 RCPS(Redeemable Convertible Preferred Shares·상환전환우선주) 상환권을 홈플러스에 넘겼고 곧이어 3월에 홈플러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신청을 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국민연금을 배신했다.

국민연금은 자신들이 보유한 한국리테일투자 발행 RCPS 투자 조건은 변경된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RCPS는 결국 한국리테일투자가 보유한 홈플러스 발행 RCPS와 사실상 연동되어 홈플러스 RCPS에 문제가 생기면 국민연금이 보유한 RCPS 가치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약 900조원(세계 3~4위 수준)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피해를 입힐 행위를 사전에 아무런 협의 없이 했다는 설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설명처럼 정말 홈플러스 RCPS의 상환권에 변동이 있음에도 이를 전혀 몰랐다면 투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당초 SPC(Special Purpose Company·특수목적회사)인 한국리테일투자의 RCPS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6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수립한 자금 회수 계획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홈플러스 RCPS의 상환권 변동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국민연금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사전 동의권은커녕 통지받을 권리조차도 마련해 두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2015년에 무엇을 믿고 사전에 확약서까지 써주면서 수천억 원이라는 자금을 투자하겠다고 했는지 의문이다.

합리적인 의심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국민연금의 모습은 오히려 의혹을 키울 뿐이다. 2016년 촛불혁명으로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사건의 시발점이 바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사건'(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였고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압박한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유죄 판결을 받음)이 떠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이라도 국민연금은 투자금을 최대로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당시 투자계획과 관련 약정들을 상세히 살펴보고 MBK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을 사활을 걸고 찾아야 한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이 2015년 7월이었고 국민연금이 MBK의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확약서를 작성해 준 것이 같은 해 8월이다.

당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수장인 복지부 장관,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 찬성 사건 당시와 동일인들이다. 외압에 무릎 꿇고 국민연금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자들이 혹여 마찬가지로 또 다른 외압이나 로비에 의해 MBK와의 컨소시엄 구성이라는 전무후무한 특혜를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는 필자의 망상(妄想)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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