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텍사스주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부터 폭우로 8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자 기후변화에 따른 참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라 기후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으며 전통적 예보체계로는 재난에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호아킨 카스트로 미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은 6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가 텍사스 홍수의 “분명한 일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홍수는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 실제로 전 세계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현실을 마주하고 더 잘 대비하고 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일 텍사스주 중부 지역에 내린 폭우로 커카운티에서 시작된 뒤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강이 범람해 홍수가 발생해 현재까지 8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과학자들도 이번 텍사스 참사에 대해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재난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재난은 홍수, 폭염, 폭우, 태풍 등의 자연재난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 자주, 강하게 벌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니얼 스웨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번 텍사스 폭우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폭풍우로 인한 기록적인 폭우는 온난화된 기후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라며 “따라서 기후변화가 (폭우에) 영향을 미쳤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상학자 제프 매스터스와 밥 헨슨도 전날 예일대에서 운영하는 ‘예일 기후 연결’에 기고문을 통해 기후변화가 해수면 온도를 높이고, 폭우를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후변화는 주로 전 세계 바다를 데워 대기로 더 많은 수증기를 보내 단시간에 내리는 폭우를 더 격렬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빌 맥과이어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지구물리학 명예교수는 “최근 몇 년간 느리게 움직이는 습한 폭풍으로 인해 짧은 시간에 걸쳐 작은 지역에 이례적일 정도로 많은 양의 비를 쏟아붓는 돌발적인 홍수를 포함해 극단적인 날씨가 크게 늘어났다”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잦아지면서 기존 날씨 예측 체계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텍사스에 내린 이번과 같은 규모의 폭우는 극히 드물고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이번 홍수 피해를 당한 텍사스주 커빌에는 지난 4일 3시간 만에 3개월치 강수량인 250㎜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5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만한 일이라고 이 일간지는 전했다. 지난 5일에는 텍사스 오스틴 서쪽에 5시간 동안 355.6㎜의 비가 퍼부었는데, 이는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미 국립기상청(NWS)이 잘못된 기상예보를 했다는 것에 대해 예보 당국의 잘못이 아니라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날씨 예측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한편 일론 머스크가 수장이던 정부효율부(DOGE)가 국립 기상청 예산을 삭감해 기상예보와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연방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주정부가 더 많은 책임을 갖는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바이든의 책임이다”라며 “우리 행정부는 그렇게 설정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100년 만의 재난"이라며 손쓸 방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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