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끝으로 19개 부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됐다. 반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조직개편은 답보 상태다. 청문회 절차가 필요 없어 먼저 임명될 것으로 예상했던 금융위 부위원장, 금감원장 자리도 여전히 공석이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금융당국이 불안정한 상황을 이어가고 있는 건 17년 만에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나서며 이해관계자 간 이견이 많은 탓이다. 이에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한은도 당국 권한을 일부 가져와야 한다고 국정기획위원회에 의견을 내는 등 혼돈으로 번지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내놨다.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감독업무는 금감원과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한다는 취지다. 또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반대하는 여론은 만만치 않다. 정책과 감독이 분리되면 추후 업무를 추진할 때 담당 기관 선정이 애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감독 기능을 더 강화하거나, 조직개편으로 기관 수가 늘면 민간 금융사의 업무 부담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금감원 측 역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는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있어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금감원 고위 간부들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를 찾아 금융소비자보호 조직을 금감원 내에 유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금감원 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되 조직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 주장이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분리는 감독 체계의 비효율과 책임 분산을 초래해 오히려 소비자 권익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책임 소재가 모호해져 오히려 금융 소비자의 신속한 피해 구제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늦어지는 조직 개편과 신임 금융수장이 곧 부임한다는 얘기만 계속 나오며 당국의 분위기는 뒤숭숭해졌다. 지난 5월 16일 퇴임한 김소영 전 금융위 부위원장, 6월 5일 퇴임한 이복현 전 금감원장 등 수장 자리도 공석인 상황이 길어지자, 주요 정책과제의 추진 동력은 점차 떨어지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발표 예정이던 제4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또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등 새 정부의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금융당국 가상자산 정책 자문기구 ‘가상자산위원회’는 위원장인 금융위 부위원장이 공석이 되며 사실상 5월 초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은 수장이 없고, 금융위는 있다고 해도 조만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큰 규모의 업무를 추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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