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원산지증명 때문에 낭패 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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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11-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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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상원 기자) FTA 체결국이 늘어날수록 복잡한 협정내용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스파게티 볼’ 우려는 한미 FTA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한미 FTA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체결했던 싱가포르, 아세안, 인도, 유럽연합(EU) FTA와는 원산지 증명에 관한 규정이 크게 달라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FTA에서 원산지를 증명할 수 있는 원산지증명서 발급은 정부나 상공회의소 등의 기관이 원산지를 확인해서 발급하는 ‘기관발급’과 수출자나 생산자가 원산지증명서를 스스로 발급하는 ‘자율발급’의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한미 FTA에서는 후자인 ‘자율발급’이 적용된다.
 
 싱가포르, 아세안, 인도의 경우 기관에서 발급받은 원산지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지난 7월부터 FTA가 발효된 EU와는 정부로부터 ‘원산지인증수출자’로 인증받아야만(6000유로 이상 수출기업에 한함) FTA 특혜관세를 적용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과의 FTA에서는 수출하는 기업 스스로가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면 된다. 언뜻 한미 FTA가 훨씬 자유롭고 간단해 보이지만, 그에 따른 책임은 더 무겁다.
 
 부정발급이 확인될 경우 감면받은 관세를 추징당하는 것을 물론, 가산세를 부담해야 하며, 미국법에 따른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
 
 특히 한미 FTA에서는 수출자와 수입자, 생산자가 스스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하는 ‘자율발급’제를 택하는 대신 ‘직접검증’으로 원산지 검증을 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U나 아세안과의 FTA에서는 정부나 기관이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수입국이 수출국에 원산지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이 오면 결과를 회신해주는 ‘간접검증’을 하지만, 미국은 미국세관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세관 직원이 직접 와서 ‘직접검증’을 실시하게 된다.
 
 협정상 당사국 영역에 소재하는 수출자나 생산자의 사업장을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선 관세사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세관이 우리 기업을 검증하게 되면 유연성 있게 대처하거나 정보를 미리 제공하든지 할 수 있는데, 미국세관이 직접 나오면 그런 것이 힘들다”며 “미국은 특히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 20년 가까이 FTA를 해왔기 때문에 검증분야에서 훨씬 까다롭다”고 경고했다.

 한미 FTA협정에서 원산지증명서를 자율발급할 수 있는 주체에 '수출자'와 '생산자' 외에 '수입자'가 포함된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한다.
 
 수입자는 생산되는 공정이나 수입 원자료에 대한 정보가 완벽하게 갖춰지기 어려운데 수입자 스스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증명서의 오류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자율발급으로 풀어주니까 기업들이 원산지 규정을 따로 스크린 하거나 규정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해서 가볍게 여길 수 있다”며 “아세안 FTA처럼 기관발급을 하면 세관이나 기관에서 1차적으로 원산지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을 기회가 있지만, 자율발급은 그럴 기회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의 교육과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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