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피해대책예산을 증액했다고 자평했지만 농민들의 체감도는 고려하지 않아 기존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현장은 점검하지 않은 채 숫자놀음에 그쳤다는 비판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FTA 피해 최소화와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 지원예산을 지난해보다 67.6%를 증액한 4109억 원으로 확대했다.
세계 화훼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네덜란드처럼 경쟁력을 키워 FTA에 따른 시장 개방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그다지 좋지 않다. 지난 2007년 한미 FTA 협상 타결 직후 ‘보조’로 약속했던 시설 현대화 자금은 올해 예산에서 ‘융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재부 농림수산예산과에 따르면 지난해 원예시설현대화 사업 지원 내용 중 융자가 210억, 보조금 117억이다. 올해는 융자가 210억 늘어 443억, 보조는 172억 늘어 289억이다. 즉 예산을 늘렸다고는 하지만 융자의 규모만 커진 셈이다.
농림수산예산과 관계자는 “보조금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보조는 줄이고 융자는 늘려가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농민들이 그만큼의 융자를 받을 수 있냐는 점이다.
충남 당진군에서 400평 규모의 화훼단지를 운영하는 김 모씨(52)는 “융자를 확대한다면 이를 순환시켜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영세 농민 대부분은 그럴 만한 사정이 못된다”고 토로했다.
또한 김 씨는 “현재로서는 고유가로 인해 면세유도 리터당 1200원 안팎이라 현 상황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며 “수지가 안 맞는데 빚까지 더 내면서 시설을 보수하겠냐”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2015년부터 농어업시설 현대화사업에 대해 보조금을 없애고 모두 융자로 전환하는 이차보전방식을 진행키로 한 상황이다.
보조를 포함하는 농어업시설 현대화사업은 주로 FTA 대책으로 추진된 터라 농가들이 시장 개방에 대응하기도 전에 정부가 보조를 폐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북에서 화훼농가를 운영하는 이 모씨는(46)는 “FTA농업 경쟁력을 강화하자더니 보조금을 폐지하는 것은 결국 농가에 빚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예산을 정하는 기재부 특성 상 예산의 효율화를 따지는 것 같다”며 “영세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현장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이씨는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 쪽 사람들이 현장에 와보길 했느냐”며 울화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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