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지난해 8월 3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현대가 선영에서 열린 남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9주기 추모식에서 취재진들에게 밝힌 자신의 심정이다. 그날 장경각 전 사장을 비롯한 현대아산 임직원 14명이 금강산으로 넘어가 고인의 추모비에 다녀왔으나 현 회장은 가질 못했다. 2009년 6주기 추모식 때 가본 뒤 4년째 찾지 못한 그곳. 올해도 남북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현 회장의 바람은 묻혀지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강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여 만에 상황이 급반전되면서 현 회장의 금강산행도 긍정적 분위기가 조심스레 감지되고 있다.
지난 9~10일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한 실무접촉에서 12~13일 서울에서 남북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는데, 회담의 주요 의제로 포함된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은 현대그룹 대북사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사안이다.
올해로 개시 15주년을 맞는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 2008년 7월 11일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되면서 5년째 중단됐다. 북한은 금강산 내 자산을 동결하고 압류조치를 시행해놓은 상황이다. 사업 중단 직후 현 회장은 직접 북한을 방문해 생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면담을 하는 등 단절된 남북간 민간 대화창구로서 활약하기도 했으며, 2011년 김 위원장의 장례식에 초대를 받아 평양을 다녀왔다. 하지만 여전히 금강산의 문은 열리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북한측이 개성공단 입주기업 직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려 민간 경제협력의 마지막 끈까지 끊어질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가운데, 양측간 관계 해소 모드를 등에 업고 현 회장의 상징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북사업을 통해 공생의 길을 모색한 시아버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 회장을 잇는 현대가의 책임자인 현 회장을 북한측으로서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그룹도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 말을 아끼고 있으나 고 정 전 회장의 10주기 추모식 개최를 놓고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현 회장이 직접 금강산으로 가서 고인의 추모식을 여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른 시일 안에 금강산행이 허용돼 현 회장이 고인의 추모식을 열 수 있게 된다면 남북 화해 무드 조성에 가장 큰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