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샘 해밍턴이 주는 여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6-24 15: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호주 국적의 샘 해밍턴. 얼마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주와 한국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호주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일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일하기 위해 살아요."

외국인이 어쩜 이렇게 한국의 현실을 속속 잘 파악하고 있을까. 과연 호주 형이라 불릴 만한 답변이었다.

그의 지적처럼 현재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에게 여유란 기대하기 힘든 먼 나라 이야기다. 개인의 모든 역량을 일에 집중하지 않고서는 언제 조직에서 내쳐질지 모르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일에만 몰두해도 상위 1% 영역인 조직의 임원이 되긴 하늘의 별 따기다. 연월차 등 챙겨먹을 거 다 챙겨먹고 설렁설렁 했다가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리인 것이다.

이렇게 일 많이 하는 문화는 어쩌면 기업 CEO들에게서 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CEO들의 인터뷰나 자서전을 보면 대부분이 젊은 시절 4시간 이상 잠들어본 적이 없다며 자신의 열정을 치켜세운다. 어찌 부하직원들이 감히 근무시간이 길다고 토를 달겠는가? "지금은 그래도 나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거야"라는 선배의 말로 위안 삼는 게 전부일 거다.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두고 참 말이 많다. 취지는 좋지만 과연 우리나라의 각박한 조직문화에서 제대로 녹아들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최근 만난 한 지인은 정부가 내놓은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해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비정규직이라는 단어가 없어지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그 의미를 대신하는 것 아니냐고. 사실 비정규직도 따지고 보면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높으니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속하는 것 아니냐는 그의 우스갯소리가 마냥 틀린 것 같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