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매년 보너스 잔치를 벌였던 미국 금융중심지 '월가'의 올 겨울 체감온도가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대부분의 월가 금융회사들의 성적표가 썩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NYT 보도에 따르면 금융 컨설팅회사 '존슨 어소시에이츠'는 월가 금융회사들이 실적 부진 탓에 올해 연말 보너스가 예년에 비해 1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지난달 뉴욕주 감사원은 올해 상반기 월가 금융회사들의 순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3%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의 보너스는 실적과 직결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에 찬바람이 불었음에도 불구하고 월가가 매년 보너스 잔치를 벌였던 것도 월가 금융회사들이 꾸준히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올 겨울 월가에 찬바람이 불 수밖에 없는 것은 미국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아울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한 규제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금융회사들의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더욱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마지막 분기인 4분기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보너스 액수가 10% 아래로 더욱 쪼그라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월가의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해와 180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월가의 보너스는 전년 대비 15%가 늘어난 약 267억 달러(29조원)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월가 종사자 1인당 평균 16만 4000달러(1억790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챙긴 셈이다. 이는 연방 최저 임금을 받는 풀타임 근로자 100만 명 모두의 보수를 두 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일부 예외도 있다.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도 뚜렷한 이익을 거둔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 공개 관련분야는 오히려 보너스가 전년 보다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올해초부터 월가에선 대형 M&A와 기업공개 열풍이 불었다.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성사된 M&A 규모는 약 7485억달러(815조490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나 늘어난 수치로, 2007년이후 최대 규모다. 기업공개시장 역시 중국 최대 인터넷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뉴욕 증시 상장 등으로 인해 내내 분주했다.
이에 따라 NYT는 M&A와 기업 공개 관련분야를 주관하는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업계의 올해 보너스 규모가 전년 보다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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