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자체 집계한 미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추이.[자료=뉴욕타임스(NYT)]
미국의 코로나19 악몽이 현실로 엄습해오고 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이미 지난 3~4월 정점과 비슷해졌고 조만간 사망률도 다시 급증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미국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지였던 뉴욕주(州) 등 북동부에선 통행 제한 등의 봉쇄조치도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자체 집계 결과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3만6880명을 기록해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이전 정점은 지난 4월 24일 당시 3만6739명이었다. 이후 미국 전역은 두 달 넘는 강력한 봉쇄책 끝에 하루 신규 확진 건수를 2만명 안팎까지 낮췄다.
신문은 "지난 2주 동안 미국의 신규 확진 건수가 무려 40%나 급증하고 50개 주 중 27개 주의 확진 추이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면서 "통계치는 확진세 증가의 원인이 단순히 감염검사 증가에 따른 결과가 아닌 5월 조기 봉쇄완화 조치와도 관련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경제 재개의 기점이었던 메모리얼데이 연휴(5월 25일) 이후 14일의 잠복기가 끝난 이달 초순부터 미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 넘게 뛰어올랐으며, 확진 추이가 증가세로 전환한 지역은 대부분 남부와 서부에 몰려있다. '선 벨트'라고 불리는 이들 지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지역으로서 지난 4월 말부터 경제 재활성화를 서둘렀다.
특히, 미국 내 인구 1~3위 지역인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플로리다주의 감염세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으며 보건 당국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24일 캘리포니아주는 이날에만 7000명이 넘는 신규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종전 최고치인 전날의 5019명에서 42%나 증가한 수치다. 사망자 역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플로리다와 텍사스주에서도 이날 각각 5511명과 5489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역대 최다치를 갈아치웠다. 텍사스의 경우, 주도인 휴스턴 내 최대 대형병원에선 집중치료(ICU) 병상의 97%가 가득 찰 정도라 의료 과부하까지 우려된다.
이 외에도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선거 유세를 처음으로 재개했던 털사가 속한 오클라호마주의 이번 주 일일 평균 확진자 발생 수는 전주보다 140%나 폭증했다.
미국 2차 유행 사태가 코앞에 다가오자 뉴욕·뉴저지·코네티컷 등 3개 주는 사실상 봉쇄 조치에 준하는 새로운 통행 제한책을 발표했다.
이날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 등은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9개 주에서 이들 3개 주를 방문할 경우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지역은 미국 코로나19 사태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3달 가까이 강력하게 봉쇄령을 유지한 끝에 확산세를 극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해당 발표에 이날 다우지수는 무려 700p(포인트)나 빠지는 등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 급락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인 '경제 재폐쇄'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와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시를 포함하고 있기에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실질적인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란 우려다.
크리스 럽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CNBC에서 "기업의 수익을 개선할 수 있는 경제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는 완전히 내쳐졌다"면서 "미국의 코로나19 재확산 사태는 이미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젠 가을 2차 유행 공포는 잊어도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세계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의 집계상 이날까지 미국에선 246만2708명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발생했고, 12만4282명이 숨졌다.
같은 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르면 오는 18일께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5만명을 기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21일에는 미국 워싱턴의과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미국의 사망자가 15만명을 넘을 수도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을 이달 26일로 예측하기도 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참가한 시민.[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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