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사이드 벙커샷을 하고 있는 최경주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지난 12일 해슬리 나인브릿지GC 18번홀(파4). 그린앞에 대형 워터해저드가 자리잡은 이 홀은 평상시 9번홀로 운용되나 2013 CJ인비테이셔널에서는 18번홀로 셋업됐다. 갤러리들에게 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였다.
최경주(SK텔레콤)의 티샷이 벙커에 들어갔다. 볼에서 홀까지는 약 142야드였고 바람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불고 있었다. 최경주는 9번아이언을 들고 홀에서 5야드 왼쪽을 겨냥해 페이드를 걸었다. 볼은 홀앞에 떨어지더니 홀옆 25㎝지점에 붙었다. 동반플레이어인 황인춘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 샷 뿐 아니었다. 이날 최경주는 몇 차례 그린사이드 벙커에 볼을 넣었으나 대부분 파로 마무리했다.
그는 2013시즌 미국PGA투어에서 샌드세이브 67.18%로 이 부문 랭킹 1위다. 볼이 그린사이드 벙커에 열 번 빠지면 일곱 번 정도는 홀에 붙여서 1퍼트로 마무리한다는 얘기다.
CJ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 후 그에게 ‘벙커샷을 잘 하는 비결’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연습과 자신만의 감(感)을 들었다.
“골프 입문 초기 어느 잡지에서 ‘게리 플레이어는 벙커에 들어가면 안 나온다. 한 번에 8시간씩 연습하곤 한다’는 글을 읽었어요. 그가 벙커샷을 잘 하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엔 무슨 얘기인가 했지요. 미국 진출 첫 해인 2000년만 해도 탄도가 낮아서 그런지 볼이 그린 주변의 벙커나 러프에 잘 들어갔습니다. 모래는 한국과 다르고, 러프도 깊어서 고전했지요. 그래서 안되겠다싶어 벙커샷 연습에 몰두했습니다. 오전 내내 벙커샷만 연습할 때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깊은 러프보다는 오히려 벙커가 낫겠다’는 자신감이 들 정도로 벙커샷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가 벙커샷을 잘 하게 된 것은 물릴 정도의 연습량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도 배상문 김대현 등 후배선수들이 찾아왔을 때 한나절이나 두 세 시간씩 벙커에 들어가 연습을 하라고 주문했다.
연습 외에 그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각도 한 몫을 한다. 최경주는 “벙커는 골퍼를 속이지 않는다”면서 “벙커샷을 할 때 라이에 따라 적절한 모래를 함께 떠내주어야 그 분산력으로 볼이 나가고 원하는 스핀도 나온다. 모래의 양을 일정하게 퍼내려면 정확한 컨택트가 관건이다. 이 감각은 골퍼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요컨대 벙커샷을 잘 하는 것은 꾸준한 연습, 그리고 거기에서 다져진 자신만의 감각 덕분이라는 얘기다. 왕도는 없었다.
미PGA투어프로도 샌드 세이브는 50%가 채 안된다. 아마추어 ‘보기 플레이어’는 10%안팎이다. 스코어를 향상하려는 골퍼들은 하루 날을 잡아 질리도록 벙커샷 연습을 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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