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빨라진 가운데 원격의료 부문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진들을 위한 마스크조차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노출을 우려해 대면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어서다.
업계는 감염병 발생 등에 대응할 역량을 키우고 해외 원격의료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결국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이 14.7%(2015∼2021년)에 달할 정도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4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의료 인프라 불균형과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권장하는 추세다. 지난해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39억 달러(약 4조8000억원)로 세계 시장의 약 12.7% 정도다.
미국 역시 급속히 원격의료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회사인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3월 원격의료 수요가 40%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최고 10억 건의 원격의료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올해 예상 원격의료 건수가 3600만 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급성장하는 모습이다.
영국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의료로 전환하겠다는 병원이 대폭 늘었다. 영국 보건의료국(NHS)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연간 3억5000만회에 이르는 방문 진료 중 화상을 통한 원격의료는 1%에 불과했지만, 지난 3월에는 수천여 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한국에선 원격의료 관련 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방역대응과 진단키트로 한국이 주목받는 시점에서 이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업계는 원격의료에 대한 국내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선 원격의료가 불법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유의미한 실적이 없어 해외 시장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타트업부터 20년째 원격의료 사업을 하고 있는 비트컴퓨터까지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해외 고객사들이 한국에선 왜 판매를 안 하고 있냐고 많이들 묻는다. 이 부분에서 외국 기업과의 경쟁력에서 밀린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원격의료의 적용 범위 확대 등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원격의료 초기 단계인 만큼 섣부른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증권가에선 인성정보, 비트컴퓨터 등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기업은 언택트주, 원격의료주로 묶이며 주가가 한 달 만에 150% 가까이 뛰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고, 기회다 싶은 마음에 관련 스타트업 등에선 해외에서 러브콜이 쇄도한다고 마케팅을 하고 있다. 원격의료 산업이 집중되고 이로 인해 투자까지 이어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이 분야가) 지금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며, 대부분 기업들이 내놓을 것도 없는 상황이다. 관련 기업과 투자자 모두 주가 급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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