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토(關東)대지진 발생 101년이 되는 1일, 도쿄 스미다구에 위치한 위령당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법요(大法要)가 열렸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보도를 통해 같은 공원 내의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가 예년보다 규모를 축소해 추도식을 열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제10호 태풍 ‘산산’의 접근에 따라 유족과 내빈의 참석을 취소하는 등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는 일본 자연 재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내고 '도시 방재의 원점'이라고도 불리는 간토 대지진의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한 행사이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일어났다. 사망자와 실종자가 10만5000명을 넘는 대참사로, 희생자의 약 90%는 화재로 인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방재의 교훈을 전하기 위해 9월 1일을 '방재의 날' 로 정하고 각지에서 대피 훈련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는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주최 측은 한 달 전인 8월 1일, 고이케 지사에게 추도문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8년째 응하지 않았다.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은 1974년부터 매년 9월 1일 스미다구 요코아미초 공원에서 열리고 있으며, 지진 발생 시 퍼진 '조선인이 약탈과 방화를 했다'는 유언비어를 믿은 주민들에 의해 학살당한 조선인들을 추모해왔다.
역대 도지사들은 조선인 학살자를 위해 매년 추도문을 발표해 왔다. 고이케 지사도 당선 직후인 2016년에는 "많은 재일조선인들이 말 못할 피해를 입고 희생된 사건은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드물게 볼 수 있는 참으로 가슴 아픈 사건이었다"는 추도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희생된 모든 분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며, 개별 행사에 보내는 것은 자제한다"는 이유로 보내지 않고 있다.
실행위는 이날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을 보내 달라는 요청을 외면하고 올해까지 8년 연속으로 추도문 송부를 거부한 고이케 지사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은) 자연재해 피해자를 추모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항의 성명을 냈다.
한편, 오노 모토히로 사이타마현 지사는 8월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는 4일 사이타마시에서 시민단체가 개최하는 추도식에 첫 추도문을 보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미즈 하야토 사이타마 시장도 지난해에 이어 추도 메시지를 보낼 의사를 밝혔다.
이와 별도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도쿄본부도 이날 도쿄 신주쿠구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제101주년 관동대지진 한국인 순난자 추념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연립 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 등 일본 정계 인사를 포함해 290여 명이 참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