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정상이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인한 한반도에서의 긴장 고조와 보호무역주의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확대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핵심 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한반도 긴장 고조를 이유로 한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력 배치 강화에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과 시진핑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 리마에서 1시간 40분간 양자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이 만난 것은 지난해 11월 APEC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이다. 바이든이 다음 달 1월 퇴임이 확정된 만큼 두 정상 간에는 마지막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양측은 각각 중국의 대북·대러 영향력 행사와 중국의 전략적 이익 수호를 강조했다. 바이든은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과 역량을 갖고 있다”며 “갈등 고조를 막고 북한의 추가 파병을 통한 충돌 확산을 막는 데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바이든은 또 북한의 파병으로 한층 심화한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심히 위험한 전개라고 지적하고, 이것이 북한의 직접적 대남 도발이나 미사일 발사, 7차 핵실험 등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을 역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진핑은 “중국은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의 전략적 안보와 핵심이익이 위협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중국중앙TV(CCTV) 등 중국 관영매체들이 전했다. 다만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중국의 입장과 행동은 정정당당하며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고 줄곧 평화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상황 악화를 막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한반도 긴장 고조에 따른 미국의 한반도 군사력 배치 강화에는 중국의 안보이익 침해로 간주할 것임을 언급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두 정상은 다른 양국 관계 현안을 놓고도 입장 차이를 보였다. 바이든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중국이 미국과 미국 파트너 국가의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데 미국의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바이든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어느 한쪽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진핑은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과 공급망 교란은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중국 등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는 강대국이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니다”라고 맞받아쳤다. 그는“대만 문제와 민주 인권, 제도, 발전 권리는 중국의 4대 레드라인으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는 중·미 관계의 가장 중요한 가드레일이자 안전망”이라고 힘줘 말했다.
반면 두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핵무기 사용 결정을 인공지능(AI)에 맡기지 않는 방안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양측 모두는 군사 분야에서의 AI 활용과 관련해 잠재적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는 한편,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