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빠른 논의만으로 선거 전 선고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24일 두 번째 전원합의체 합의기일을 열기로 했다. 전날 첫 전합 회의를 연 데 이어 불과 이틀 만에 속행 기일을 지정한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통상 전합 사건은 수주 단위로 심리하는 데 반해 이번 사건은 첫 기일로부터 48시간 만에 후속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내부적으로 재판연구관 검토가 일찌감치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합에는 법원행정처장과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참여한다. 대법원은 전날 절차에 관한 논의와 노태악 대법관의 회피 신청 인용을 결정하고, 2차 기일에는 연구관 검토 내용이 제시되고 대법관들이 실체적 부분에 대한 검토를 거쳐 주요 쟁점에 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원합의체는 보통 2~3차례 합의기일 만에 결론을 내지만 의견이 갈리면 5회 이상 회의를 하기도 한다. 공직선거법상 대법원은 항소심 선고일(3월 26일)로부터 3개월 이내인 6월 26일까지 최종 판결을 내려야 한다. 전합 논의가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6월 3일 총선 이전 선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향후 대법원의 결론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이유서, 이 전 대표 측 답변서와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면 ‘상고 기각’을 선고해 이 전 대표는 형사상 무죄가 확정된다.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결론을 내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이때는 사실 판단과 양형은 다시 항소심에서 이뤄진다.
대법원이 스스로 양형까지 확정하는 파기자판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상고심은 법률심으로 양형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데다 유무죄와 형량까지 판단하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피할 것이라는 논리다.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빠른 논의에 착수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속도전만으로 선거 전 선고 가능성이나 선고 방향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이 상당한 상황에서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지키고 사법부가 외풍에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장을 지낸 다른 변호사는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는 추론하기 어렵지만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대법원이 빨리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6월 3일 이후에 선고하더라도 90일 이내에는 해당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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